대만 타이중 여행 -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니까.

대만 타이중 여행 -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니까.

시작

  신기한 여행이었다. 둘째 날부터 혼자 하는 여행에 동행인이 생기곤 했으니까. 그러고 보면 늦게 여행에 재미를 붙여서 다니기 시작했기에, 나의 여행에는 호스텔이라든지 게스트하우스 같은 것이 없었다. 언제나 호텔이었다. 여행 가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어색한 나에게 4박 4일의 짧은 여행기간 동안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장화에서

  여행 2일차, 장화. 팔괘산대불을 구경하고 더위에 지쳐서 자판기를 찾았다. 자판기 앞에서 먼저 음료를 뽑고 있는 사람에게 가볍게 'Hello'하고 인사했다. 자연스럽게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온 더그. 영어 배우길 잘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대만 타이중에서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게 좋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 인생에서의 여행 이야기, 그리고 이번 여행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음 목적지가 같았다. 그리고 그다음 목적지도, 이렇게 함께 장화선형차고로 향했고 함께 구경했다. 그리고 그의 호스텔은 나의 다음 목적지인 루강에 있었다. 몇 시간 된 친구 덕분에 루강으로 가는 버스가 오래도록 오지 않는 것도 괜찮았다.
 

  이렇게 여행하다가, 세상 어딘가에서 또 보자.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루강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을 나누고 헤어졌다.
 
  그는 이렇게 세계 여행 중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일본. 기후는 계속 안 좋아지고 본인이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니 세계를 눈에 담겠다고 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 나도 그렇게 세상을 보러 돌아다니고 싶은데, 생계와 내 뿌리가 박힌 곳이 주는 안락함을 포기할 용기가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일월담(르웨탄)에서

  여행 4일 차, 일월담. 장화도 다녀왔고 루강도 다녀왔다. 타이중에서 주요한 것들은 다 둘러본 것 같았다. 레인보우빌리지와 고미습지는 투어로 가는 게 간편한 것 같은데 이미 신청이 늦었다. 그래서 타이중이 지루해질 때쯤, 일월담(르웨탄)으로 향했다. 아무 계획도 없었다. 단순히 일월담을 가는 방법만 검색하고 갔다. 간청정류장에서도 이지패스가 있다고 하니 어떠한 상품도 권하지 않았다. 다음 정류장에서 한 노부부가 탔다. 모두가 그냥 탈 때 친절히 눈을 맞추며 웃어주어서 'Hello'하고 인사했다. 일월담에 도착해서 뭘 해야 하지, 일단 커피를 마시자 생각을 했다. 그 노부부가 보여서 간단히 말을 걸었더니 스타벅스에 간다고 했다. 나도 브로슈어와 여러 안내문을 읽다가 스타벅스로 향했다. 먼저 합석을 권해줘서 함께 앉았다. 역시 이번에도 그동안의 여행 이야기와 이번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노부부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이었다. 이번 여행 전에 심지어 한국에 다녀왔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지났다고 했다. 
 
  이들도 역시 은퇴 후 세계여행 중이었다. 세상은 넓고 아직 보지 못한 게 많다는 이들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들어주었다.
 

역시 인생은 짧고, 못 본 세상은 많으니까.

 
가능한한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 위해 버스에서 기차에서, 비행기에서 잠을 자는 것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다른 나라에서, 나와 같은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었다. 솔찍했고 유머러스했다. 우리는 서로를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함께 찍었고,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이 노부부 역시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기에 핸드폰 번호는 사용하고 있지 못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오게 되면 꼭 이메일을 달라고 했다. 내가 그들의 집에서 여행하는 동안 지내도 좋다고 했다.
 
  이후 자전거를 타고 간단히 일월담을 둘러보고 타이중으로 돌아오려던 나는 아주 늦게서야 타이중에 돌아왔다. 자전거를 타다가 한 무리의 미국인들을 만났고, 중간중간 자전거를 멈출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명은 타이중에 살고 있는 미국인으로 고향의 친구들을 관광시켜주고 있는 중이었다.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우리는 결국 이후 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밥을 함께 먹었다. 그리고 예정에 없었던 보트를 함께 탔고, 보트가 멈추는 곳마다 함께 관광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호텔까지 데려다 주었다. 
 

맺음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혼자 여행하는 것만의 장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여행자들은 열려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것도. 가만가만 나눴던 이야기를 복기해보며 나는 주로 대답을 했고, 질문을 돌려주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 여행에서는 받은 질문을 돌려주며 그들을 더 깊게 알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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